Starry night
[달과6펜스/서머싯 몸]마음이 요구하는 대로 산다는 것은. 본문
달과 6펜스/서머싯 몸/민음사
#Monologue
이 글의 시작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이 책을 산지는 근 3년이 다 되어 간다. 그 사이에 이 책을 읽기 위한 시도를 두서너번 해보았지만, 어떤 이유였는지는 몰라도 계속 실패하고는 말았다. 데미안. 그 책과 마찬가지 였다.
하지만 이번에 읽었을 때는 달랐다. 그 때는 보이지 않았던 캐릭터들의 개성있는 성격에 금방 소설에 빠져들 수 있었다. 안정적이고 고수익의 직업과 교양있는 아내와 아이들. 만약 내가 그들의 이웃이라면 평화롭고 어쩌면 부러워했을지도 모르는 가정의 모습으로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작중 찰스 스트릭랜드는 이 모든 것을 버리고, 파리의 허름한 호텔을 전전하며 그림을 그리면서 산다. 육체적인 욕심도 자신의 안위도 자신의 주변을 둘려싸고 있는 그 어떤 것도 그는 무관심했다. 그저 자신에게 보이는대로 그림을 그리는 거에 대한 충동과 욕망으로 가득 차있었다. 자신을 제외한 이에 냉소적인 입담으로 대하였다. 고열로 죽을 위기에 닥친 자신을 집으로 데려가 극진하게 보살핀 더크 스트로브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의 아내 블란치는 찰스 스트릭랜드에 관능적인 매력을 느끼고 그를 따라가겠다고 한다. 블란치는 스트릭랜드의 그림모델까지 되어주었으나, 스트릭랜드와의 다툼이 있는 밤 음독을 하여 자살시도를 하여 죽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트릭랜드의 모습에는 일망의 가책도 찾을 수 없다. 현실에서의 그는 상종도 못할 인간으로 비춰지겠지만, 작중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보았을 때 그의 그림을 그리겠다는 일관적인 욕망. 그리고 그 단순함이 그에게 끌리게 만든다.
화가로서는 엉망이지만 작품을 보는 안목을 뛰어났던 스트로브만이 스트릭랜드의 작품을 높게 평가한다. 하지만 그외의 사람들이 스트릭랜드가 살아있을적 그의 작품을 보았을 때, 좋지않은 반응을 하고는 했다. 그들의 평가는 어찌보면 작품만이 아니라 작품을 그린 작가의 재능도 그와 동일시하여 평가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스트릭랜드는 주변의 평가에 무관심한 태도를 유지하고, 그저 자신이 보이는대로 그림을 그렸다. 만약 나라도 그럴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였다. 자신이 재능이 있든 없든 주위에서 재능을 인정해주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내 자신의 길을 나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그런 면에서 스트릭랜드는 다른 사람과 다르다. 결국 작품들이 재평가되어 가치가 올라갔지만, 이미 죽은 스트릭랜드는 알 수 없는 점이었다. 스트릭랜드가 모든 것을 버리고 그림을 그리겠다는 일념으로 파리에 갔을 때, 그의 초연한 태도로 보았을 때 엄청난 용기를 냈다고 보이지는 않았지만, 곁으로 보이는 것과 무언가가 있을거라 생각한다. 나에게도 그런 용기나 열정을 가질 수 있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쓰는 글이기도 하고, 쓰려다 보니 문장이 매끄럽지 않고 엉망진창인 부분이 많이 보인다. 하지만 모든 것의 초반은 완벽할 수 없고, 초반 또한 무언가를 시작했을 때 마주할 수 있는 성장의 단계로 여긴다. 당장의 완벽을 바라보기 보다 내가 원하는 것을 표현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달과 6펜스도 마찬가지다. 나는 스트릭랜드처럼 무언가에 대한 강한 욕망과 열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는 그림으로 자신의 삶을 표현했듯이, 나는 지금 내가 살아가고 무언가를 찾고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마음을 내 인생으로서 표현해가고 싶다.
(+덧붙임)그리고 책에서 나왔던 타히티에는 기회가 되면 가고싶다. 그리고 고갱의 작품들도 자세히 알아보고 싶다.
#문장
p.9 예술이란 정서의 구현물이며, 정서란 만인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말한다. 물론 기교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비평가가 진정한 가치 문제를 놓고 왈가왈부하기 어렵다는 것을 나도 인정한다.
p.10 인간은 신화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타고 난다. 그래서 보통 사람과 조금이라도 다른 인간이 있으면 그들의 생애에서 놀랍고 신기한 사건들을 열심히 찾아내어 전설을 지어낸 다음, 그것을 광적으로 믿어버린다. 범상한 삶에 대한 낭만적 정신의 저항이라고나 할까.
p.18 추는 항상 좌우로 흔들리고, 사람들은 같은 원을 늘 새롭게 돈다.
p.19 그들이 보여주는 문체의 절묘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이 쓰는 말이 아무리 풍부하다고 하여도, 그들이 내게 해주는 말은 하나도 없다. 내가 보기에 그들은 아는 것이 너무 많고, 느끼는 것도 너무 분명하다. 나는 그들이 허물없이 내 등을 두들기는 태도나 내 가슴을 향해 격정적으로 뛰어드는 그런 감정을 견딜 수 없다. 내게는 그들의 열정이 어딘지 빈혈 증세처럼 느껴지고, 그들의 꿈도 약간 따분하게 여겨진다. 나는 그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기야 나도 이제 한물 간 사람일지 모른다. 그래도 나는 계속해서 2행 압운의 교훈시를 쓰겠다. 내가 나자신의 즐거움 아닌 어떤 것을 위해 글을 쓴다면 정말 세상에 둘도 없는 바보가 아니겠는가.
p.36 이런 유형의 삶의 방식에는 소박한 아름다움이 있다. 이런 삶은, 잔잔한 시냇물이 푸른 초원의 아름다운 나무 그늘 밑으로 굽이굽이 흘러가 이윽고 드넓은 바다로 흘러드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그런데 그 바다는 너무 평온하고, 조용하고, 너무 초연하여 불현듯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불러일으킨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추구하는 그런 삶에 어딘가 문제가 있다고 느꼈던 것은 그 무렵에도 강했던 내 타고난 기변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런 삶이 갖는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거기에는 잘 정돈된 행복이 있었다. 하지만 내 혈기는 좀더 거친 삶의 방식을 원했다. 그처럼 쉽게 얻을 수 있는 기쁨에는 무엇인가 경계해야 할 점이 있는 거 같았다. 내 마음속에는 더 모험적으로 살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변화를, 그리고 미지의 세계가 주는 흥분을 체험할 수만 있다면 험한 암초와 무서운 여울을 헤쳐나갈 각오가 되어 있었다.
p.55 남편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것도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 때문인지, 아니면 그저 구설수가 무서워서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 부인의 상심 가운데에는 버림받아 괴로워하는 마음과 자존심을 상해 고통스러워하는 마음이 ㅡ 내 젋은 마음에는 그런 자존심이 야비하게 여겨졌다ㅡ뒤섰여 있지 않나 해서 마음이 어지러웠다. 그때만 해도 나는 인간의 천성이 얼마나 모순투성이인지를 몰랐다. 성실한 사람에게도 얼마나 많은 가식이 있으며, 고결한 사람에게도 얼마나 많은 비열함이 있고, 불량한 사람에게도 얼마나 많은 선량함이 있는지를 몰랐다.
p.67
'그럼 도대체 무엇 때문에 부인을 버렸단 말입니까?'
'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소'
(중략)
'아니 나이가 사십이 아닙니까?'
'그래서 이제 더 늦출 수가 없다고 생각했던 거요'
(중략)
'당신 나이에 시작해서 잘될 것 같습니까? 그림은 다들 십칠 팔 세에 시작하지 않습니까?'
'열여덟 살 떄보다는 더 빨리 배울 수 있소'
'어째서 그런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중략)
'나는 그림을 글야 한다지 않소. 그리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단 말이오. 물에 빠진 사람에게 헤엄을 잘 치고 못 치고가 문제겠소? 우선 헤어나오는 게 중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빠져 죽어요'
p.71 지금 돌아보면 그는 자신의 영혼을 어지럽히고 있던 영상말고는 아무것도 눈앞에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p.75 스트릭랜드는 낄낄 웃었다. 기가 죽은 기색은 조금도 없었다. 남들의 평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와 관련하여 가장 헛갈렸던 문제는 바로 이 점이었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것은 대체로 자신을 속이는 말이다. 그 말은 아무도 자신의 기벽을 모르리라 생각하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한다는 것을 뜻할 뿐이다. 또한 기껏해야 자기가 이웃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다수의 의견과는 반대로 행동하고 싶다는 뜻을 나타낼 뿐이다.
p.85 한 인간이 얼마나 다양한 특질로 형성되는지 아직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한 인간의 마음안에도 좀스러움과 위엄스러움, 악의와 선의, 증오와 사랑이 나란히 자리잡고 있음을 너무도 잘 안다.
p.90 고통을 겪으면 인품이 고결해진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행복이 때로 사람을 고결하게 만드는 수는 있을 수 있으나 고통은 대체로 사람을 좀스럽게 만들고 앙심을 품게 만들 뿐이다.
p.93 하지만 자연의 신이 그리는 인간을 사람들의 놀림감으로 만들어놓기는 했지만, 눈치마저 없게 만든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이 자기를 제물로 삼아 이런저런 장난으로 끊임없이 놀려댈 때마다 그는 늘 괴로워하였다. 그러면서도 마치 일부로 그러하듯, 그는 놀림의 대상이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었다. 끊임없이 상처를 입으면서도 워낙 천성이 착하여 앙심을 품는 법이 없었다. 그도 독사에 물리는 일이 있으련만 그런 체험도 소용이 없었다. 고통이 가시자마자 또다시 독사를 가슴에 다정히 껴안는 것이었다. 그의 인생은 익살극의 소란스런 대사로 가득 찬 비극과 같았다.
p.108 궁핍을 고생이라 여기지 않았다. 오로지 정신적인 삶만을 사는 그의 생활 방식에는 어딘지 인상적인 데가 있었다.
p.110 '난 신경 안 써요. 보이는 대로 그리고 싶은 뿐이지'
p.152 '난 나보다 그 사람을 더 사랑하네. 내가 보기엔, 사랑에 자존심이 개입하면 그건 상대방보다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기 때문이야. 생각해 보게. 결혼한 남자가 딴 여자를 사랑하게 되는 일이 흔히 있지 않나. 하지만 그 고비가 지나면 결국 아내에게 돌아오지. 아내가 남자를 되찾게 된단 말야. 누구나 그게 순리라고 생각하고. 여자에게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해서 왜 다르겠는가?'
p.159 사랑은 몰입하게 한다.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를 잊어버린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제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ㅡ머리로는 알지 모르나ㅡ자기의 사랑이 끝날 것임을 깨닫지 못한다. 환상임을 알지만 사랑은 환상에 구체성을 부여해 준다. 사랑하는 이는 사랑이 아무것도 아님을 알면서도 사랑을 현실보다 더 사랑한다. 사랑은 사람을 실제보다 약간 더 훌륭한 존재로, 동시에 약각 열등한 존재로 만들어준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이미 자기가 아니다.
p.164 나로서는 도덕적인 문제로 분개하는 일이 어쩐지 쑥스럽게 여겨진다. 그런 일은 어쩐지 자기 만족을 위한 일 같아서, 유머 감각을 가진 이에게는 어색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p.196 나의 또 하나의 결점은 아무리 돼먹지 않은 인간이라도 말로 맞수가 될 만한 사람과는 어울리기 좋아한다는 점이다. 스트릭랜드라는 인간은 내 쪽에서 아주 애를 써야 겨우 증오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깨닫기 시작하고 있었다.
p.200 그녀의 고요함은 해일이 휩쓸고 간 섬을 내리덮은 음울한 고요함 같았다. 그녀의 쾌활함은 절망에서 오는 쾌할함이었다.
p.218 인간의 마음에는 점잖은 감상과 정상적인 감정만이 있다고 보는 사람은 도저히 짐작할 길이 없을 것이다.
p.245 대개의 사람들이 틀에 박힌 생활의 궤도에 편안하게 정착하는 마흔일곱 살의 나이에, 새로운 시계를 향해 출발할 수 있었던 그가 나는 마음에 들었다. (중략)이 해안을 다시 보지 못하리라는 것을 그는 알았을까. 그의 태도와 정신에는 어딘지 용감하고 담대한 면이 있었다.
p.252 티아레ㅡ이것은 아버지가 그녀에게 붙여준 이름인데 원래는 향기가 있는 흰 꽃의 이름으로, 이 꽃 냄새를 한 번 맡은 사람은 아무리 먼 곳을 떠돌아다녀도 결국은 이 향기를 못 잊어 다시 타히티로 돌아오고 만다고들 한다.
p.253 배에 짐을 실는 동안 한두 시간 둘러볼 생각으로 섬에 올라왔다가, 그만 눌러앉고 만 사람들도 있고. 또 이런 사람들도 있어요. 일 년간 근무 명령을 받고 와서 온갖 욕지거리를 해대면서 살다가 근무끝내고 돌아가면서 다시 오게 되면 목을 매고 말겠다고 맹세한 사람이 여섯 달만에 다시 나타나 하는 말이, 다른 곳에서는 도저히 못 살겠더라는 거에요.
p.259 정말 아브라함이 인생을 망쳐놓고 말았을까? 자기가 바라는 일을 한다는 것, 자기가 좋아하는 조건에서 마음 편히 산다는 것, 그것이 인생을 망치는 일일까? 그리고 연수입 일만 파운드에 예쁜 아내를 얻은 저명한 외과의가 되는 것이 성공인 것일까? 그것은 인생에 부여하는 의미, 사회로부터 받아들이는 요구, 그리고 개인의 권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저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기사 작위를 가진 사람에게 내가 어찌 감히 말대꾸를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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